🎄 [성탄 특집] 현대판 스쿠루지 - 마지막 크리스마스 6

2025. 12. 20. 14:11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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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 특집] 현대판 스쿠루지 - 마지막 크리스마스

제2부: 변화의 봄

제6장. 새벽이 오기 전


그 크리스마스 이브는 황석진의 인생에서 가장 긴 밤이자, 가장 따뜻한 밤이었다.

손주들과 함께 케이크를 먹고, 크리스마스트리에 별을 달고,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나눴다. 손녀 민서가 피아노를 치고, 손자 민준이가 축구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손주들이 먼저 잠들었다. 황석진과 성준은 거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버지,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요."

"하루 만에?"

"아니요. 눈빛이요. 예전 아버지 눈빛은... 무섭고 차가웠거든요. 근데 오늘은..."

"늙어서 그런가 보다."

"아니에요. 뭔가... 놓아주신 것 같아요."

황석진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성준아."

"네, 아버지."

"나 어린 시절... 많이 가난했어. 어머니랑 단둘이 살았는데,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어. 배고프고, 춥고, 무섭고."

"..."

"그때 맹세했어. 절대 다시는 가난하게 살지 않겠다고. 돈을 많이 벌어서, 힘을 가져서,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아버지..."

"그래서 달렸어. 평생을. 뒤돌아보지 않고. 근데... 달리다 보니까 다 잃어버렸더라. 친구도, 아내도, 아들도."

황석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나 무서웠어, 성준아. 평생 무서웠어. 잃어버릴까 봐, 뺏길까 봐, 다시 가난해질까 봐. 그 두려움이... 날 괴물로 만들었어."

"아버지는 괴물 아니에요."

"아니야. 괴물이었어. 직원들한테도, 친구한테도, 가족한테도. 근데 오늘 밤..."

황석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 꿈에서 본 것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오늘 밤, 뭔가 깨달은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무서워하던 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진짜 무서운 건 혼자 죽는 거,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거, 그거였어."

성준이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 이제 안 무서워요. 저희가 곁에 있잖아요."

황석진은 아들의 손을 꽉 쥐었다.

"고맙다, 성준아. 정말... 고맙다."


크리스마스 아침, 황석진은 일찍 일어났다.

손주들이 선물을 뜯는 것을 지켜보며 웃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웃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할아버지, 이거 봐요! 레고다!"

"할아버지, 저도요! 인형이에요!"

황석진은 손주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가지고 놀아."

"할아버지, 같이 만들어요!"

"그래, 같이 만들자."

바닥에 앉아 손자와 함께 레고를 맞추는 일흔두 살의 회장.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모습이었다.

점심때가 되어 황석진은 집을 나섰다.

"아버지, 어디 가세요?"

"잠깐 볼일 있어. 저녁때 다시 올게."

성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어제 많이 힘드셨잖아요."

"괜찮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황석진은 택시를 탔다.

"여의도 성진그룹 본사로."


크리스마스에 회사에 출근하는 회장은 처음이었다.

경비원이 깜짝 놀라서 인사했다.

"회, 회장님? 오늘 크리스마스인데..."

"알아. 잠깐 들렀다 갈게."

황석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고층으로 올라갔다. 회장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달라 보였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혼잣말을 하며 창가로 걸어갔다. 서울의 풍경이 펼쳐졌다. 크리스마스의 서울은 평소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한 통의 이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제목: 전 임직원에게 드리는 회장의 메시지

성진그룹의 모든 임직원 여러분,

크리스마스를 맞아 인사드립니다. 황석진입니다.

먼저, 며칠 전 발표한 인원 감축 계획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그 계획은 철회합니다.

대신, 내년부터 새로운 복지 정책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육아휴직 확대, 유연근무제 도입, 성과급 기준 개선... 자세한 내용은 새해 첫 주에 공지하겠습니다.

저는 50년 넘게 이 회사를 경영해왔습니다. 그 세월 동안 저는 숫자만 봤습니다. 매출, 이익, 성장률... 하지만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에게 미안합니다.

여러분은 숫자가 아닙니다. 각자의 가족이 있고, 꿈이 있고, 삶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성진그룹은 달라질 것입니다. 돈만 버는 회사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로. 그것이 제가 남은 시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세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세요.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황석진 드림


이메일을 보내고 황석진은 의자에 기대앉았다.

'이제 시작이야.'

그는 휴대폰을 들어 비서실장 김정태에게 전화했다.

"김 실장."

"예, 회장님. 크리스마스인데 무슨 일이..."

"새해 첫 주에 전 임원 회의 소집해. 중요한 발표가 있을 거야."

"무슨 발표인지..."

"내가 직접 할 테니까 궁금해하지 마."

"알겠습니다, 회장님."

전화를 끊으려다 황석진이 다시 말했다.

"김 실장."

"네?"

"20년 동안 고마웠어. 자네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온 거야."

"회, 회장님...?"

"가족이랑 크리스마스 잘 보내."

황석진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혼자 웃었다.

'영철아, 내가 잘 하고 있는 거 맞지?'


[계속: 제7장. 영철의 이름으로]


© 2025 현대판 스쿠루지 - 마지막 크리스마스 | 원작: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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