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4. 15:40ㆍ소설
🎄 [성탄 특집] 아하스, 고개를 들다
제4부: 오늘의 아하스 (최종회)
눈을 떴다.
궁궐 침상이었다. 땀에 젖은 이불. 아직 새벽이었다. 창밖으로 별이 지고 있었다.
꿈이었나.
아니다. 꿈이라 하기엔 너무 선명했다. 십자가 아래서 흘린 눈물이 아직 뺨에 남아 있었다.
나는 열세 번째 제자였다.
그분을 따르면서도 욕망을 버리지 못한 자. 사랑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돌려주지 못한 자. 올라가려는 욕심 때문에 내려오신 분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
그것이 나였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그것이 나만이 아니었다.
환상 속에서 본 그 거리, 그 군중, 그 제자들의 얼굴. 어딘가 익숙했다. 2천 년 후, 3천 년 후에도 똑같은 얼굴들이 있을 것 같았다.
아하스는 죽는다.
하지만 아하스의 마음은 죽지 않는다.
그것이 무섭게 느껴졌다.
나는 왕이다.
북쪽에서 적군이 밀려올 때, 나는 하나님 대신 앗수르를 택하려 했다. 인간의 힘으로, 내 방식대로 해결하려 했다. 평화의 길이 있었는데, 전쟁의 길을 택하려 했다.
그런데 오늘의 지도자들은 어떠한가.
회의실 테이블 위에 서류를 펼쳐놓고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자들. "안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준비하는 자들.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
"징조를 구하라. 평화의 길을 보여주겠다."
하나님이 말씀하셔도, 그들은 대답한다.
"구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버튼 위에 손을 올린다.
그 버튼 아래 있는 것이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아들이다. 누군가의 딸이다. 어젯밤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고, 오늘 아침 빵을 나누었고, 내일 함께 저녁을 먹기로 약속한 사람들이다.
그들도 아하스다.
나와 같은 아하스.
그러나 오늘 내가 진정 돌아보아야 할 것은 그 지도자들만이 아니다.
나 자신이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다.
환상 속에서 나는 그분을 따랐다.
임마누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 분. 나병환자 곁에, 과부 곁에, 죄인 곁에 앉으셨던 분.
그분이 내게 물으셨다.
"네 어머니는 안녕하시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네 은사는 어디 계시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네 아내는, 네 남편은 어떠하냐."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분이 말씀하셨다.
"내가 네 어머니의 눈으로 너를 보았다."
새벽 다섯 시.
너는 자고 있었다. 세상 모르게, 이불을 걷어차고.
부엌에서 불이 켜졌다.
네 어머니가 일어났다. 허리가 아팠다. 무릎이 시렸다. 하지만 밥을 지어야 했다. 네가 일어나면 따뜻한 밥이 있어야 했으니까.
쌀을 씻었다. 찬물에 손이 얼얼했다.
그리고 네 방문 앞에 섰다.
"일어나라, 밥 먹어야지."
너는 짜증을 냈다.
"알았어, 알았다고."
밥은 식어갔다. 어머니는 식탁 앞에 앉아 기다렸다. 혼자서.
그 어머니는 지금 어디 있느냐.
요양원 침대에 누워 있다. 전화기를 바라보며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전화한 게 언제냐.
"바쁘다"고 했지. "다음에 간다"고 했지.
그 "다음"이 언제냐.
"내가 네 선생님의 눈으로 너를 보았다."
중학교 2학년.
너는 문제아였다. 수업 시간에 떠들었다. 숙제를 안 해왔다.
다른 교사들은 포기했다. "저 녀석은 안 돼."
하지만 한 선생님이 있었다.
방과 후에 너를 불렀다. 교무실 구석에서 과외를 해주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넌 할 수 있어."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듣지 못한 말. 그 선생님 때문에 네가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그 선생님은 어디 있느냐.
퇴직하고 시골에 계신다. 아프시다.
한 번이라도 찾아갔느냐.
"바쁘다"고 했지. "나중에 간다"고 했지.
그 "나중"이 언제냐.
"내가 네 아내의 눈으로, 네 남편의 눈으로 너를 보았다."
연애할 때 너는 달랐다.
"밥 먹었어?" 하루에 세 번 물었다. "힘들지 않아?" 매일 걱정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사람이라면."
결혼했다. 10년이 지났다.
"밥 먹었어?"가 사라졌다. 대신 한숨이 들어왔다. 짜증이 들어왔다. 침묵이 들어왔다.
그녀가 울어도 모른 척한다. "또 왜 그래." "피곤해."
그녀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 새벽에 네가 뒤척일 때 이불을 덮어준다. 네가 좋아하는 반찬을 기억해서 만든다.
너는 언제 마지막으로 말했느냐.
"사랑해." "고마워."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게 문제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침상 옆에.
나도 그랬다.
어머니의 밥을 당연하게 여겼다. 은사의 가르침을 잊었다. 아내의 헌신을 모른 척했다.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았다.
챙김을 받고도 챙김을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바벨탑을 쌓았다. 내 권력, 내 명예, 내 욕망.
올라가려고만 했다.
내려가신 그분을 따른다고 하면서, 정작 나는 올라가려고만 했다.
그제야 알았다.
하나님은 하늘에만 계신 게 아니었다.
새벽 다섯 시 부엌에서 밥 짓던 어머니의 손에 계셨다. 방과 후 교무실에서 "넌 할 수 있어" 하던 선생님의 목소리에 계셨다. 밤마다 이불을 덮어주던 아내의 손길에 계셨다.
임마누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그분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손으로, 목소리로, 눈빛으로 나에게 오셨다.
그 손을 내가 뿌리쳤다.
그 목소리를 내가 무시했다.
그 눈빛을 내가 외면했다.
눈물이 흘렀다.
창밖으로 해가 뜨고 있었다.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겠다. 바벨탑을 쌓지 않겠다. 앗수르의 힘을 빌리지 않겠다.
대신 내려가겠다.
그분이 내려오셨던 것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로. 가장 낮은 곳으로.
오늘 전화를 하겠다. 어머니에게.
"별일 없으시죠?"
그 한마디라도.
오늘 연락을 하겠다. 그 선생님에게.
"그때 감사했습니다."
그 한마디라도.
오늘 밤 잠들기 전에 말하겠다. 아내에게.
"고마워. 사랑해."
그 한마디라도.
아하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2천 7백 년 전의 아하스가 아니다.
오늘, 여기, 이 글을 읽는 당신이다.
당신 안에도 아하스가 있다.
올라가려는 욕망. 당연히 여기는 마음.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습관.
그러나 당신 앞에도 선택이 있다.
오늘,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
메리 크리스마스.
받기만 했던 우리.
이제 줄 차례다.
「아하스, 고개를 들다」
끝

© 2025 조경수 | 내필션 (삶에도 옵션이 필요합니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성탄 특집] 아하스, 고개를 들다 3 (0) | 2025.12.24 |
|---|---|
| 🎄 [성탄 특집] 아하스, 고개를 들다 2 (0) | 2025.12.24 |
| 🎄 [성탄 특집] 아하스, 고개를 들다 1 (0) | 2025.12.24 |
| 🎄 [성탄 특집] 아하스, 고개를 들다 (서문) (0) | 2025.12.24 |
| 🎄 [성탄 특집] 현대판 스쿠루지 - 마지막 크리스마스 EL (1) | 202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