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4. 15:21ㆍ소설
🎄 [성탄 특집] 아하스, 고개를 들다
제3부: 열세 번째 제자
또 다른 밤이 찾아왔다.
나는 잠들기를 두려워하면서도, 잠들기를 원했다. 그분이 보여주시는 것들이 두려우면서도, 알고 싶었다. 임마누엘이 정말 오신다면, 어떤 모습일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거리에 서 있었다.
예루살렘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예루살렘이 아니었다. 건물들이 달랐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달랐다. 얼마나 먼 미래인지 알 수 없었다.
군중이 모여 있었다. 무언가를 보려고 서로 밀치고 있었다.
"저분이 누구냐?"
내 옆에 서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 그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나사렛 예수라네. 병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린다는."
나사렛. 작은 마을. 거기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느냐고 사람들이 비웃던 그 동네.
군중 사이로 한 사람이 보였다. 평범했다. 왕관도 없고, 화려한 옷도 없었다. 맨발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런데 그의 눈을 보는 순간, 나는 알았다.
임마누엘.
그분이었다.
나는 그분을 따라갔다.
열두 명의 제자가 그분 곁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걷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마치 내가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열세 번째.
나는 열세 번째 제자가 되어 있었다.
그분이 말씀하셨다. 하늘나라에 대해, 사랑에 대해, 용서에 대해.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것이다. 이것이 내가 평생 찾던 것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욕망이 돌아왔다.
이분이 왕이 되시면, 나는 어떤 자리에 앉게 될까. 로마를 몰아내고 이스라엘을 회복하시면, 나는 총리대신쯤 되지 않을까. 이 능력이면 세상을 뒤엎을 수 있다. 그때 나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러나 그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어느 날, 도마가 내게 말했다.
"자네도 그런가? 이분이 정말 그분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확신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아서.
내 욕망을. 내 계획을. 내 바벨탑을.
그날이 왔다.
겟세마네 동산. 그분이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고 계셨다. 나는 졸고 있었다. 아니, 졸고 있는 척했다. 눈을 뜨면 그분의 고통을 봐야 했으니까. 함께 깨어 있어 달라는 부탁을 외면하는 게 더 쉬웠으니까.
횃불이 다가왔다. 군병들이었다.
유다가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유다만이 그분을 넘겨준 것이 아니었다.
도마의 의심이. 나의 욕망이. 베드로의 두려움이. 제자들 모두의 작은 배신들이 모여 이 밤을 만들었다.
나는 도망쳤다. 어둠 속으로.
십자가 아래 서 있었다.
그분이 매달려 계셨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했던 인간들 때문에,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 분이 가장 비참한 곳에 매달려 계셨다.
"저들을 용서하소서.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합니다."
저들.
나였다.
바벨탑을 쌓으며 하나님 자리에 앉으려 했던 인간. 임마누엘을 따르면서도 욕망을 내려놓지 못한 제자. 사랑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돌려주지 못한 자.
그제야 눈물이 터졌다.
올라가려는 나 때문에, 그분이 내려오셨다. 내 죄 때문에, 그분이 죽으셨다.
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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