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 특집] 아하스, 고개를 들다 1

2025. 12. 24. 15:01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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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 특집] 아하스, 고개를 들다

제1부: 두 번째 징조


나는 아하스, 유다의 왕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왕관의 무게보다 두려움의 무게가 더 무겁다. 북쪽에서 아람과 이스라엘 연합군이 밀려오고 있다. 예루살렘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지평선이 먼지로 뿌옇게 물든다. 저것이 군대의 행렬이다.

"전하."

이사야가 내 뒤에 서 있었다. 이 예언자를 나는 피하고 싶었다. 그의 눈은 언제나 내 마음속 가장 어두운 곳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징조를 구하라고."

"구하지 않겠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나님을 시험하지 않겠다는 말로 포장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두려웠다. 하나님이 진짜 응답하시면 어쩌나. 그러면 나는 그분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 내 방식대로 살 수 없게 된다.

앗수르에 조공을 바치면 된다. 인간의 힘으로, 내 계산대로.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궁궐 창문으로 별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문득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벨탑.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 했다는 이야기.

"하나님처럼 되자.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가자."

그들의 욕망이 지금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나님 없이 살고 싶은 마음. 내가 내 삶의 주인이고 싶은 마음. 조공을 바쳐서라도 내 힘으로 이 위기를 넘기고 싶은 마음.

그것이 바벨탑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새벽녘, 이사야가 다시 왔다.

"전하, 여호와께서 친히 징조를 주시겠다 하셨습니다."

친히.

그 말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내가 구하지 않았는데, 그분이 먼저 오신다고?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임마누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이것이 징조입니다. 하나님이 높은 곳에서 내려오십니다.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아기의 몸으로. 전하, 바벨탑을 쌓아 올라가려 했던 인간에게, 하나님이 친히 내려오십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우리는 올라가려 했다. 그분은 내려오신다고?


이사야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전하, 믿으십시오. 앗수르의 힘이 아닙니다. 인간의 계략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됩니다. 그것이 임마누엘입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내 안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평생 쌓아올린 성벽. 하나님을 밀어내고 내가 왕좌에 앉으려 했던 그 교만의 성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믿어도 되는 걸까.

이 한 걸음을 내디뎌도 되는 걸까.

창밖으로 동이 트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번져 나왔다. 마치 그분이 이미 오고 계신 것처럼.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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