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6. 20:53ㆍ장애에 대해서
거울 앞에 서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했다 – 안면장애 이야기
얼굴을 가리고 싶었던 날들
"사람들이 쳐다봐요. 그 시선이 너무 무서워요."
화상으로 얼굴에 흉터가 남은 한 여성의 말이다. 그녀는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코로나19 시대에 마스크가 일상이 되었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본다.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다듬으며 자신의 얼굴과 마주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거울 앞에 서는 것은 매일 아침 넘어야 할 산이다.
안면장애. 대한민국 장애 유형 15가지 중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하는, 그래서 더욱 외로운 장애다.

안면장애란 무엇인가
안면장애는 안면부위의 변형이나 기형으로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못생겼다'는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있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의하는 안면장애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안면장애에 포함되는 증상:
- 면상반흔(얼굴의 흉터)
- 색소침착
- 모발결손(반흔을 동반한 경우)
- 조직의 비후나 함몰
- 조직의 결손
여기서 '안면부'란 두부, 안면부, 경부, 이부 등 상지와 하지, 몸통 이외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부분 전체를 의미한다. 즉, 얼굴뿐 아니라 머리, 목, 귀까지 포함된다.
안면장애의 원인
안면장애는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선천성 안면장애
태어날 때부터 안면부에 변형이 있는 경우다.
구순구개열(입술입천장갈림증) 가장 흔한 선천성 안면기형으로, 약 650~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흔히 '언청이'라 불렸지만, 이는 비하적 표현이다. 입술이 갈라진 것이 구순열, 입천장이 갈라진 것이 구개열이며, 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생후 3~4개월에 수술하면 거의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다. 30~40년 전만 해도 흔히 보이던 구순구개열이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다.
반안면왜소증 얼굴 한쪽만 성장하지 않아 비대칭이 생기는 질환이다.
크루존증후군 안와골과 상악골이 성장하지 못해 얼굴 중앙부가 함몰되는 질환이다.
롬버그병 연부조직이 점점 위축되어 피부가 뼈에 달라붙는 진행성 질환이다.
신경섬유종 신경을 따라 종양이 자라면서 얼굴 형태가 변형되는 질환이다.
선천성 안면장애의 원인은 대부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임신 중 약물 복용, 태내 환경 문제, 유전적 소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브란스병원 유대현 교수는 "선천성 안면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님들이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이건 절대 누구의 잘못이 아니고 마치 교통사고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후천성 안면장애
살아가면서 사고나 질병으로 얼굴에 변형이 생기는 경우다.
화상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화재, 폭발, 뜨거운 액체 등으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으면 피부이식을 해도 흉터가 남는다.
교통사고 얼굴뼈가 골절되거나 피부가 심하게 손상되는 경우다. 과거에는 가장 흔한 원인이었으나, 안전의식이 높아지면서 줄어드는 추세다.
암 수술 구강암, 피부암 등으로 얼굴의 일부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다. 최근에는 이 원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종양 제거 양성 종양이라도 크기가 크면 제거 후 흉터나 함몰이 남을 수 있다.
안면장애 판정기준
안면장애는 원인 질환 발생 또는 수술 후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치료한 뒤 장애가 고착되었을 때 판정받을 수 있다.
2019년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현재 기준:
장애 정도 기준
|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 노출된 안면부의 90% 이상 변형 |
|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 노출된 안면부의 60% 이상 변형, 또는 코 형태의 2/3 이상 소실 |
2011년에는 안면장애 5급이 신설되어 45% 이상 변형이나 코 형태의 1/3 이상 소실도 장애 등록이 가능해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기존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등급을 확대했다.
진단은 성형외과, 피부과, 외과(화상의 경우),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할 수 있다.
숫자 뒤에 숨은 사람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등록 안면장애인은 약 2,600여 명이다. 전체 등록장애인 263만 명의 **0.1%**에 불과하다. 15개 장애 유형 중 가장 적은 수다.
뇌전증장애(0.3%), 심장장애(0.2%)와 함께 '희소 장애 유형'으로 분류된다. 숫자가 적다는 것은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른 장애인 커뮤니티처럼 정보를 나누고 서로 위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안면장애 판정 기준이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에,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훨씬 많다. 2011년 등급 확대 당시 복지부는 "5천여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잠재적 안면장애인은 등록된 수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
안면장애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신체 기능의 제한이 아니다. 사회적 시선이다.
'루키즘(Lookism)'이라는 말이 있다. 외모가 개인의 우열과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는 외모지상주의를 뜻한다. 2000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루키즘을 "21세기의 새로운 차별"이라 불렀다.
한국은 루키즘이 특히 심한 사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외모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답했다. 인구 대비 성형수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도 있다.
이런 사회에서 안면장애인은 이중고를 겪는다.
취업 차별 면접에서 외모는 암묵적인 평가 기준이다. 안면장애인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고객을 대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탈락하기 일쑤다.
대인관계의 어려움 처음 만나는 사람의 당황한 표정,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 뒤에서 속닥거리는 소리. 이런 경험이 쌓이면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심리적 위축 외출을 꺼리고, 거울을 피하고,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연구에 따르면 안면장애 아동은 또래 관계에서 거부당하는 경험이 많아 자존감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서도 약한 친구로 여기고 돕는 게 아니라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해 거부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만났다'
이지선.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0년 7월, 대학교 4학년이던 스물셋의 그녀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음주운전 차량이 일으킨 7중 추돌사고. 차에서 불이 났고, 그녀의 몸에 먼저 불이 붙었다.
전신 55%에 3도 화상. 응급실에서 생명이 위독하다는 진단. 오빠는 "좋은 동생이었다. 잘 가"라는 작별인사까지 건넸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그 후가 더 힘들었다. 40번이 넘는 대수술. 8개 손가락 첫 마디 절단. 화상 치료의 고통은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였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하지만 이지선은 달랐다. 그녀는 사고 직후 중환자실에서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가 찾아오면 '용서했다'고 전해주세요."
그녀는 '사고를 당했다'는 표현 대신 **'사고를 만났다'**고 말한다. "피해자로만 살고 싶지 않았다. '만났다'고 말한 순간부터 이 사고와 헤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12년간의 미국 유학. 보스턴대 재활상담학 석사, 컬럼비아대 사회복지학 석사, UCLA 사회복지학 박사. 2023년, 사고를 만난 지 23년 만에 그녀는 모교 이화여대의 교수가 되어 강단에 섰다.
"살아보니 꽤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가고 있어요. 우리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꽤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피부로 호흡을 할 수 없어 위험한 마라톤도 두 번이나 완주했다.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알리기 위해, 100명의 기부자 이름을 티셔츠에 새기고 달렸다.
자신과 같은 화상을 입은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수용자 자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치료 기술의 발전, 그러나 남은 과제
의료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구순구개열은 생후 3~4개월에 수술하면 거의 흉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회복된다. 30년 전만 해도 거리에서 흔히 보이던 '언청이'가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선천성 안면장애도 성장 시기에 맞춰 단계적으로 수술하면 상당 부분 교정이 가능하다. 3D 프린팅 기술로 맞춤형 보형물을 제작하고, 미세수술로 조직을 이식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완벽한 복원은 어렵다 아무리 수술 기술이 좋아져도 원래 얼굴로 돌아갈 수는 없다. 특히 화상 흉터는 여러 번 수술해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긴 치료 기간 선천성 안면장애는 성장에 따라 수술 시기가 달라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아이와 부모 모두 지치기 쉽다.
경제적 부담 안면 재건술은 비용이 많이 든다. 여러 차례 수술해야 하므로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다. 한림화상재단 같은 곳에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할 것들
진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안면장애인의 얼굴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인식 개선 교육 어린 시절부터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안면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어떤 문제를 겪는지 이해하고, 서로 도우면서 어우러져 생활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바람이다.
미디어의 역할 드라마나 영화에서 안면장애인을 악역이나 동정의 대상으로만 그리지 말아야 한다. 그들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제도적 보호 외모를 이유로 한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루키즘으로 인한 직장 내 차별을 고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사자의 목소리 안면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지선 교수처럼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인식도 바뀐다.
얼굴 너머의 사람을 보는 눈
얼굴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얼굴을 본다. 하지만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웃는지, 무엇에 마음 아파하는지.
이지선 교수는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저를 화상환자나 장애인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로 봐준 것이 다시 살아갈 힘이 되었다."
안면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다. 특별한 배려도 아니다. 그저 얼굴 너머의 사람을 보는 눈이다.
거울 앞에 서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회.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은 수술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불행을 만났을 때 자기 자신에게 '다시 쓰기'가 필요했다." –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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