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력을 뚫고 선택하는 것
2025. 11. 21. 11:20ㆍ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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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우울은 신체적 제약이 있는 사람에게는 두 배로 찾아온다.
이미 무거운 몸에 가을의 기운까지 더해지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선택지가 된다.
- 일어날 것인가
- 누워 있을 것인가

어떤 날은 누워 있는 쪽이 이기는 날이다.
몸은 돌처럼 무겁고, 머리는 구름 속에 잠긴다.
그런 날 일어나려면 정말 중요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은 날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누워있다. 죄책감 없이.
이 말을 스스로에게 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상담을 하고, 남편과 아이 앞에서도 당당하면서도,
정작 나에게만은 쉽게 허락하지 못했던 말이다.
가을이 가르쳐주는 건 이것이다.
모든 것이 활동적일 순 없다.
나무도 겨울을 준비하며 눈을 감는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내 쉬움도 생존 전략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무거움 속에서도 한 번씩 선택한다는 것.
- 어떤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 한 문장을 쓴다.
- 어떤 날은 그냥 누워 호흡만 한다.
둘 다 내 삶의 옵션이다.
둘 다 에너지가 든다.
무기력을 뚫고 행동하는 것만이 승리가 아니다.
무거워진 몸과 협상하며 작은 선택을 이어가는 것,
그것도 충분히 강한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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