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 특집] 현대판 스쿠루지 - 마지막 크리스마스 2

2025. 12. 19. 13:01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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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 특집] 현대판 스쿠루지 - 마지막 크리스마스

제2장. 첫 번째 영혼: 과거의 거울


그날 밤, 황석진은 결국 병원을 찾지 않았다.

'내일 가지 뭐.'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며 집으로 향했다. 한남동의 단독주택. 300평이 넘는 대저택에 그는 혼자 살았다. 아내 정희는 오 년 전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로 이 집은 황석진의 감옥이 되었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가정부 오순희 씨가 현관에서 맞이했다. 예순이 넘은 그녀는 이십 년 넘게 이 집을 지켜온 사람이었다.

"저녁 준비해 놨습니다. 드실..."

"됐어. 피곤해서 그냥 들어갈게."

"아, 그리고 회장님." 오순희 씨가 뒤에서 불렀다. "아까 큰아들 성준 씨한테서 전화 왔었어요.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손주들이랑 같이 오고 싶다고..."

"안 된다고 해."

황석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침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공허함이 그를 맞이했다. 거대한 침대, 한쪽만 사용되는. 드레스룸에는 아직도 아내의 옷들이 걸려 있었다. 오 년이 지났지만 그는 그것들을 치우지 못했다.

"정희야..."

황석진은 중얼거리며 침대에 누웠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빛났다.

언제부터 이렇게 외로워졌을까.

언제부터 모든 것이 의미 없어졌을까.

눈을 감자 피로가 밀려왔다. 그리고 잠이...


"석진아."

누군가 불렀다.

황석진은 눈을 떴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자신의 침실에 누워 있었는데,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좁은 방. 곰팡이 핀 벽지. 문풍지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 낡은 이불 한 장에 몸을 웅크린 아이가 있었다.

"저게..."

황석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아이는... 자신이었다. 열 살 무렵의 자신.

"오래간만이네, 석진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젊은 여자였다. 스물대여섯쯤 되어 보이는, 어딘가 익숙한 얼굴.

"누... 누구요?"

"나야." 여자가 웃었다. "나를 못 알아보겠어?"

황석진은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어... 어머니...?"

그 얼굴은 분명 어머니였다. 황석진이 열두 살 때 세상을 떠난, 스물여섯의 젊은 어머니.

"그래, 나야."

"어떻게... 어머니가 왜 여기에..."

"오늘 밤, 너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서."

어머니는 방 안의 어린 석진이를 가리켰다.

"기억나니? 이날."


황석진은 그제야 이 장면을 기억해냈다. 1962년, 겨울. 그 해는 유난히 추웠다.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었고, 집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어린 석진이가 떨고 있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스물여섯의 어머니였다. 손에는 작은 봉지를 들고 있었다.

"석진아, 일어나봐."

어린 석진이가 눈을 떴다.

"엄마..."

"이것 봐. 호빵이야."

어머니가 봉지에서 하얀 호빵 두 개를 꺼냈다. 김이 모락모락 났다.

"어디서...?"

"저기 시장에서 아줌마가 주셨어. 너 많이 배고프지? 어서 먹어."

어린 석진이는 호빵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먹지 않고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엄마는?"

"엄마는 배 안 고파."

"거짓말. 엄마 배에서 소리 났잖아."

어린 석진이가 호빵 하나를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나눠 먹자. 응?"

어머니가 웃으며 아들을 안았다. 그 품에서 어린 석진이도 웃었다.

황석진은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기억나니?" 어머니의 영혼이 물었다. "그때 너는 배가 고파도 나눌 줄 알았어. 가진 게 없어도 베풀 줄 알았지."

"어머니..."

"그런데 석진아, 지금의 너는 뭐가 됐니?"

황석진은 고개를 숙였다.


장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작은 공장이었다. 스물다섯의 청년 석진이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일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같은 또래의 청년이 함께 웃고 있었다.

"영철이..."

맞았다. 박영철. 어린 시절 친구이자, 청년 시절 동업자였던.

"야, 석진아. 우리 이번 계약만 따면 진짜 한 단계 올라가는 거다."

"그래, 근데 자금이 부족해."

"내가 어떻게든 구해볼게. 우리 아버지 땅 팔면..."

"야, 그건 안 돼. 너네 집 전 재산인데."

"괜찮아. 나는 너를 믿으니까."

황석진은 그 장면을 보며 가슴이 조여왔다. 그랬다. 영철이는 아버지의 땅을 팔아서 그에게 투자했다. 그 돈으로 그들은 첫 번째 큰 계약을 따냈고, 사업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면이 또 바뀌었다.

삼십 대 중반의 석진이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영철이가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험악했다.

"석진아, 이건 아니잖아. 우리 처음 약속이 뭐였어?"

"사업은 사업이야, 영철아."

"회사 지분을 내가 30% 가지고 있었잖아. 근데 너 몰래 증자해서 내 지분을 희석시켰다고?"

"어쩔 수 없었어. 새로운 투자자가 경영권 안정을 원했거든."

"그럼 나한테 얘기를 해야지!"

"얘기하면 반대했을 거잖아."

영철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석진아... 내가 아버지 땅 팔아서 너 믿고 투자했어. 그때 나를 믿은 건 나 하나뿐이었다고. 그런데 너..."

"미안해."

석진이는 그 말만 했다. 미안하다고.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진심이 없었다.

"미안하면 끝이야? 내 인생이 달린 건데?"

"너한테 퇴직금은 넉넉히 줄게. 다른 사업 시작하면 되잖아."

영철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석진아, 넌... 변했어. 아니, 처음부터 이랬는지도 몰라. 내가 몰랐던 거지."

그가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석진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황석진은 그 장면을 보며 온몸이 떨렸다.

"기억나니?" 어머니의 영혼이 물었다. "네가 버린 친구. 너를 믿었던 유일한 사람."

"어머니... 나는..."

"석진아, 네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어?"

황석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에 너는 말했잖아. 가난해서 힘들었으니까, 남들한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힘을 갖고 싶다고."

"..."

"그런데 석진아, 지금의 너는 뭘 가졌니? 돈? 권력? 그게 너를 행복하게 해줬어?"

황석진은 무릎을 꿇었다.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머니...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석진아."

어머니의 손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뜻했다. 오십 년 만에 느끼는 어머니의 손길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오늘 밤, 두 명의 영혼이 더 너를 찾아갈 거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그리고... 스스로 선택해."

"선택...?"

"네가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어떻게 죽을지. 그건 네가 정하는 거야."

어머니의 모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 가지 마세요!"

"석진아... 사랑해..."


황석진은 벌떡 일어났다.

침대 위였다. 자신의 침실. 창밖으로는 아직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꿈...?"

이마를 만지니 식은땀이 흥건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꿈이야... 그래, 꿈이겠지..."

하지만 볼을 타고 흐른 눈물 자국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12월 24일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계속: 제3장. 두 번째 영혼: 현재의 그림자]


© 2025 현대판 스쿠루지 - 마지막 크리스마스 | 원작: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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